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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OPAUSE CARE · 6편

갱년기 감정기복, 왜 자꾸 예민해질까?
갱년기 감정기복, 왜 자꾸 예민해질까?

호르몬 탓으로만 돌리지 않기

갱년기 감정기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 힘든 증상입니다. 어머니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글에는 갱년기 우울증과 구분하는 법, 그리고 제가 조심하기로 한 위로 하나가 있습니다.

01

성격이 아니라 시기입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는 폐경기의 심리 증상으로 집중력 저하, 불면, 우울, 신경과민을 함께 묶어 설명합니다. 감정 변화가 별난 일이 아니라 이 시기에 흔히 보고되는 증상 가운데 하나라는 뜻입니다. 에스트로겐이 기분을 조절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오지도 않습니다. 5편에서 다룬 잠 문제가 겹치면 감정을 다스리기가 더 어려워지고, 예민해진 마음은 다시 밤을 어렵게 만듭니다. 두 글을 나란히 두고 읽으시는 편이 나은 이유입니다.

시기도 겹칩니다. 자녀가 독립하고, 부모를 돌보게 되고, 일에서 물러나는 변화가 대개 이 무렵에 함께 옵니다. 몸의 변화와 삶의 변화가 같은 시기에 포개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인을 하나로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성격이 변한 것도 아닙니다. 자책부터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02

세 가지 모습으로 옵니다

감정 기복이라고 하면 화를 내는 모습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방향이 다른 세 가지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어느 쪽이 더 자주 오는지를 알아두면 가족에게 설명하기도, 진료실에서 말씀드리기도 수월합니다.

😤 사소한 일에 화가 납니다

평소라면 넘겼을 가족의 말 한마디에 욱하고 올라옵니다. 힘든 것은 그다음입니다. 화를 낸 뒤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유 없이 가라앉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마음이 무겁고, 좋아하던 일에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것도 이 시기에 드물지 않습니다. 설명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당황스럽습니다.

😰 조급해지고 자꾸 깜빡합니다

별일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급해집니다.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일이 겹치면 어디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03

호르몬 탓으로만 두지 않습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 저는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자책을 덜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이번에 그 반복을 줄였습니다.

좋은 위로이지만 뒤집으면 위험한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호르몬으로 설명해 버리면, 지나가는 일이니 참으면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우울증일 때도, 돌봄이나 관계에서 온 부담일 때도 똑같이 기다리게 됩니다.

 

기전을 깔끔하게 설명하는 문장도 손봤습니다. 호르몬이 줄어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흔들리고 그래서 기분이 널뛴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쉽지만, 그렇게 한 줄로 정리될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만 적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을 바꿨습니다. 호르몬 때문이니 안심하세요가 아니라,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으니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입니다. 자책하지 않는 것과 넘겨버리는 것은 다릅니다.

이 점은 조심하세요.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반복되거나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면, 갱년기 증상으로 넘기지 마시고 바로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번은 24시간 통화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지금 힘들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이 됩니다.

04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그 무렵 자주 하시던 말입니다. 사소한 일에 부쩍 예민해지시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성격이 이상해진 거라고 자책하셨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그 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한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에 흔한 증상이라고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붙는 것만으로 표정이 달라지셨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신 겁니다.

 

다만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멈췄습니다. 괜찮아지실 거라고만 하고 병원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며 나아지셨지만,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가족 입장에서 어려운 점도 하나 적어둡니다. 예민해지신 것을 두고 왜 그러시냐고 되묻는 순간 대화가 끊깁니다. 저도 몇 번 그랬습니다. 지금은 이유를 묻는 대신 요즘 잠은 어떠시냐고 묻습니다. 감정보다 잠이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고, 실제로 얽혀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름을 붙이는 것까지가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다음은 전문가의 자리라고요. 위로와 진료는 서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05

넘기지 말아야 할 다섯 신호

갱년기의 감정 기복은 폭이 크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회복되는 편입니다. 아래는 그 결과 넘어가는 선입니다. 진단 도구가 아니라 상담을 권하는 기준으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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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기분이 2주 이상 이어집니다.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낮은 상태로 머무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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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습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 자체가 줄어든 상태는 기분이 나쁜 것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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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이나 체중이 뚜렷하게 변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경우도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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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반복됩니다. 이 항목 하나만 해당해도 다른 것과 상관없이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예전에 비슷한 시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산후에 우울했거나 생리 전 감정 변화가 심했던 분은 이 시기에도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호르몬 때문이라고 넘기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자책은 내려놓되 확인은 하시기 바랍니다. 가족에게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혼자 참으면 오해만 쌓입니다. 2편의 호르몬치료도 진료실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폐경기  ·  보건복지부 · 정신건강상담전화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료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항목은 질환을 진단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울감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